한국을 처음 찾는 여행자는 대개 서울과 부산 사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KTX에서 내려 시골 버스로 갈아타는 순간, 훨씬 느리고 오래 기억에 남는 한국이 펼쳐집니다. 아침 안개에 싸인 차밭, 목어 소리만 울리는 절 마당, 육백 년째 같은 기와집에서 살아온 마을이 그것입니다. 다녀올 가치가 충분한 곳들과, 실제로 가는 법을 소개합니다.
보성 녹차밭
전라남도 보성 녹차밭은 당신이 찾고 있는 줄도 몰랐던 한국 시골의 풍경입니다. 산비탈을 따라 오른 계단식 차밭은 완벽한 초록 물결을 이루고, 능선까지 걸어 오르면 계곡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관광버스가 오기 전 이른 아침에 가면 빛이 부드럽고 이랑 사이로 안개가 남아 있습니다. 새잎이 돋는 봄이 대표적이지만 사철 아름답습니다.
가는 법: KTX·SRT로 순천까지, 보성행 시외버스(약 1시간) 후 대한다원까지 시내버스나 택시.
안동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감아 도는 안쪽에 자리하며, 조선시대 그대로 초가와 기와집이 늘어서 있습니다. 재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이 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양반과 승려를 풍자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 시간에 맞춰 가 보세요. 안동은 간고등어와 소주로도 유명하니 식사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가는 법: KTX로 안동역, 246번 시내버스로 약 40분.
순천만 습지
순천만 습지는 세계적인 연안 습지이자 철새의 낙원으로, 겨울이면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찾아옵니다. 광활한 갈대밭 사이로 놓인 나무 데크를 걷고, 해 질 무렵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갯골이 금빛으로 물들고 갈대가 붉게 타오릅니다. 옆의 순천만국가정원도 반나절 볼거리입니다.
가는 법: KTX로 순천, 66번·67번 시내버스로 습지 입구까지.
담양 죽녹원
담양 죽녹원은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 숲으로, 바람이 불면 온 숲이 삐걱이고 사각입니다. 산책로가 몇 킬로미터 이어지고 더운 날에도 대숲 아래는 시원합니다. 대통에 지은 대통밥과 함께 즐겨 보세요.
가는 법: KTX로 광주송정, 담양행 버스로 약 40분.
울릉도
동해 먼 바다에 화산섬 울릉도가 깎아지른 절벽으로 솟아 있습니다. 모래 리조트 대신 극적인 해안 산책로와 오징어 덕장, 그리고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해산물이 기다립니다. 육지에서 배로 두세 시간, 날씨에 따라 결항되니 여유 있게 일정을 잡으세요.
가는 법: KTX로 포항이나 버스로 묵호(동해), 여객선으로 울릉도.
다랑논과 산사
남해안 남해·청산도의 다랑논은 돌담을 두른 계단이 바다까지 흘러내립니다. 초여름 물을 대면 거울처럼 반짝이고 수확기엔 황금빛입니다. 내륙 가야산 해인사에는 13세기에 새긴 팔만대장경 목판이 놀라운 자연 통풍의 장경판전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절까지 오르는 숲길도 여정의 일부입니다.
전주 한옥마을
도시의 편리함과 전통 건축을 함께 누리려면 전주 한옥마을이 제격입니다. 수백 채의 한옥이 걷기 좋은 골목에 모여 있고, 비빔밥의 고장답게 먹거리만으로도 여행할 만합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으면 관광객이 빠져나간 저녁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는 법: KTX로 전주역, 버스나 택시로 마을까지.
이곳들은 한국인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여전히 잊힌 보석입니다. 긴 구간은 KTX로, 마지막 구간은 시골 버스로 이어 두세 곳을 묶어 다녀오면, 도시 일정으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한국을 안고 돌아올 것입니다.